64th Exhibition

모호한 파랑 Ambiguous Parang

Sep 30-Nov 16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색을 묘사할 때 ‘하얗다’, ‘푸르다’, ‘검다’ 등의 표현을 혼용하며 모호하게 사용해 왔다. 이러한 색들은 단순한 색채를 넘어 다양한 정서를 담고 있으며, 그 경계가 흐려질 때 더욱 풍부한 의미를 지니기도 했다. 15~16세기 ‘푸르하다’라는 고어에서 분화된 ‘파라하다’라는 표현처럼, 우리의 선조들은 파랑과 초록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고,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이렇듯 색에 대한 모호함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한국적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인의 정서 깊숙이 자리 잡은 색채의 모호함을 다채로운 예술 작품을 통해 탐구한다. 전시 공간은 도자, 패브릭,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연의 색채를 담아낸 전통 공예와 현대 미술이 어우러진 서정적이고 소슬한 풍경을 연출한다. 한국 전통 공예에서 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깊이를 담아내는 매개체로 기능해 왔다. 청자의 은은한 옥빛, 백자의 서늘한 푸른빛, 쪽 염색의 깊고 차분한 청색 등은 단순한 물질의 색을 넘어, 한국 미학의 정수를 드러낸다.

‘하얗다’는 순수함과 비움을, ‘푸르다’는 생명력과 평온함을, ‘검다’는 깊이와 고요함을 상징하며, 이 모든 색이 어우러져 한국인의 정서에 ‘소슬하다(고요하고 쓸쓸한)’는 고유의 뉘앙스를 부여한다. 멀리서 자연을 관조하듯 구성된 이번 전시는 고요하고 쓸쓸한 풍경을 담아내며 파랑의 모호함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장소

윤현상재 Space B-E 갤러리 4F (강남구 학동로26길 14)

참여작가
고희숙, 김덕호, 사이토유나, 이인화, 이창원, 오마 스페이스, 조장현, 한정식, 홍우경

기획
윤현상재 Space B-E
 
주최/ 주관/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진 & 영상
이정우, 양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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